![]() | 삼국사기 (양장) 김부식, 장창은 | 지만지고전천줄(지만지고전선집) | 20090115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책을 읽어보니 삼국사기는 삼국유사처럼 흥미로울 정도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 절대 아니었다. 쉽게 말해서, 삼국사기는 교과서 그 자체였다. 아니 교과서 보다 더했다. 교과서는 그림이라도 있지! 한마디로 황당했다. 이 책은 당시의 위인의 업적에 대한 내용이나 나라의 흥망성쇠를 주로 다루었다. 읽으면서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있지?'하는 의문이 생길정도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습관적으로 이런 객관적 기술을 보면 외우면서 봐야 속이 풀리는 적성이 있다. 소설 같은 거라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지만 이건 그냥 훑고 지나가기도 찜찜하였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삼국사기는 한국 최초의 역사서로서 고려 인종 때 김부식이 왕명에 따라 펴낸 책이다. 신라, 고구려, 백제 세 나라의 역사를 중국의 정사체인 기전체로 적었으며 유교적, 중국적 사대주의의 성향이 짙은 책이다. 삼국사기가 위와 같은 특징을 지닌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작가 김부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물사전에 따르면, 김부식은 고려 시대의 학자요 정치가로, 묘청의 난을 지휘관으로서 토벌하여 수충정난정국공신의 호를 받았으며 인종 때 삼국사기를 편찬한 인물이다. 그는 철저한 유학자 출신이었기에 한반도의 역사를 중국의 시각에 맞추어 서술하였다. 그렇기에 앞에서 말했듯이 그의 저서는 사대주의적 경향이 짙을 수 밖에 없었다.
역사학에 따르면 삼국사기가 편찬된 이유가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약화된 왕권을 강화시켜 중앙집권체제를 형성하기 위해서이다. 삼국사기를 통해 삼국시대의 강대함과 위대함을 드러냄으로서 국왕중심체제를 형성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묘청의 난으로 어수선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역사서 편찬이라는 민족적 대사업을 벌임으로서 국민교화와 국민화목을 도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나라의 정치 기반이었던 유교를 재확립시키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삼국사기가 편찬된 이유는 아시아에서 새로운 강 세력으로 떠오른 금나라와의 외교술을 통해 전쟁을 피하고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판을 받는다. 첫 번째는, 위에서도 말하였듯이, 사대주의 성격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유교의 명분론에 입각하여 한반도 역사를 중국적 시각에서 말한 것이 큰 흠이다. 첫 번째 이유는 앞에서 자세히 언급하였으므로, 두 번째 비판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삼국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내용의 대부분이 신라의 역사에 과도적으로 치우쳐 있다. 물론 저자 김부식은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오직 500년에서 600년 전의 기록된 내용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실로 신라의 역사적 자료는 김부식이 집필 당시에 온전히 보전되어 풍부했던 반면 고구려와 백제의 사료는 잦은 전쟁과 분란으로 소멸된 상태로 사료로 쓰기엔 자료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이유도 있다. 그리고 김부식의 뿌리가 신라인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요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요인에서 그를 비판 할 때, 역사관으로서 김부식은 좀 더 주관적 입장을 배제할 필요가 있었다. 항상 역사를 객관적으로 기술하여 후세에 전해 줄 의무를 가져야 하며 과장이나 허위에 있어서 결백한 양심적인 사관이 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위 와 같은 사실로 삼국사기는 몇몇 역사학자들로부터 노골적으로 부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를 부정하면 고구려가 중국문화권이 였다는 동북공정은 세계에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삼국사기 다음으로 역사서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는 삼국유사는 야사체로 쓰였기에, 현실과 동 떨어진 성격으로 반박의 근거가 되지를 못한다. 그러므로 얼마나 삼국사기가 역사서로서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삼국사기는 중국이 고집하여 탐하는 고구려가 우리 민족의 국가라는 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 때문에 동북공정의 반박근거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역사서이다.
삼국사기에서 가장 유일하게 재미있었던 내용은 유리왕설화이다.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초등학생 수준의 삼국사기에서 가장 좋아하였던 설화였기에, 어려운 원본을 읽을때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부자상봉의 모티프를 소재로 감동적으로 그린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친자확인을 위해서 조각난 칼을 서로 맞추어 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삼국사기에 수록된 다른 삭막한(?) 내용에 비해 나름 소설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어서 조금이나마 지루해 하던 나에게는 조그마한 휴식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삼국사기를 읽는 것은 국어사전을 읽는 기분과 비슷하긴 하였지만 그래도 역사적 지식을 얻는데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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