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1일 수요일

‘법’과 관련된 도서 읽고 비평

법.입법 그리고 자유III 법.입법 그리고 자유III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 자유기업센터 | 199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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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법과 관련된 도서를 찾던 중 ‘법․입법 그리고 자유Ⅲ’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흥분된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발견했을 때의 감격이 책장을 넘기는 순간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공책보다 어려운 이 책을 다 읽고 비평까지 써야 한다니 앞이 깜깜하였다. 평소 관심사와 전혀 동떨어진 낯선 단어들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을 읽어 나가는 것이 마치 영문을 읽는 것과 다름없었다.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오면 옆에 사전을 펼쳐놓고 찾아 봐야 하는 것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동시에 학문을 갈고 닦아야 할 지성인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대학생이면서 대학 도서관에 있는 책을 어렵게 느낄 정도의 무지를 실감하게 하는 이 책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려고 했던 마음을 참아내고 끝까지 읽어 나갔다. 
책 속에 내용을 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학과 경제학에 더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비평한다는 것이 나의 짧은 견해일지 모르겠지만 하이에크의 관점과 책을 읽고 느낀 바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영화 속에 반전이 관객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안겨 주듯이 이 책에서도 제목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하이에크의 사상이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른 책에서 언급하였다고 해서 이 책에서는 간단하게 쓰여져 있지만 ‘사회보장’의 부분을 살펴보면 인위적으로 사회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의도에 대해 하이에크는 비난을 하고 있다. 정의라는 기준이 들어가면 각자 나름대로 자의적인 판단이 앞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기준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가 없고 일부가 특별대우를 받으려면 다른 사람의 희생을 전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이에크는 사회정의라는 것이 특수한 집단에게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도덕적 정당성이라는 명문을 만들어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한다.

이런 생각에서 하이에크는 시장의 권위를 인정해주면서 시장이 자연스럽게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다. 시장은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해줌으로 아무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는 경제질서에 의해 각자의 몫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전체의 기회를 최대한 증진시켜 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어느 누구도 가난하다든가 부유하다는 이유 때문에 정부로부터 남다른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한다. 개인들 사이에서 설령 분명히 불평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를 시정하기 위해 차별적으로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시장의 활동공간을 제약하게 되어 그가 말하는 자유사회의 기본원리에 어긋나게 된다.

시장에 대한 믿음 때문에 하이에크는 국가가 경제생활에서 일정한 역할을 맞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처방이라는 것을 제시해준다. 외적의 침입을 막고 법질서를 집행하기 위해 군대를 보유하는 것, 그리고 일정수준의 최저임금제, 반경쟁적 행위 제한, 간접세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직접세 활용 등 예외적 경우만 제외하고는 국가가 일절 경제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이나 교통, 우편이나 전보, 전신, 전화를 포함한 모든 통신과 방송 등 ‘공공시설’과 다양한 형태의 ‘사회보장 제도’, 그리고 심지어 화폐의 발행과 같은 정부독점 서비스까지도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하이에크는 비단 효율성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자유사회의 보존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위해서도 과연 정부가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은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그는 시장개방과 경제적 자유화를 일괄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복지문제가 일어난다. 하이에크는 노약자, 결손가정, 장애인들에 대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국가의 과제라고 주장할 뿐 소득분배를 교정하려는 적극적 정책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에크가 의도한 바와 같이 시장이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게 하려면 정부는 간섭하지 않고 가만히 두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생산과 소비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게 되면 개개인의 몫이 결정되어지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여 모든 집단이 최대한의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시장체계가 자율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는 그의 이론과 어긋나게 된다. 부유하다고 해서 남다른 대우를 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자유시장에서는 더욱더 특별한 혜택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가난함은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며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노령이나 장애 등으로 자기 자신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자의적인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이미 선택되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남다른 혜택이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인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소득의 재분배를 시장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현재의 시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입해야 한다.

이런 생각에서 하이에크는 현재 시점에서 본다면 다소 현실성이 결여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한계를 인정한다면 하이에크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새롭게 음미할 만한 내용도 많이 담고 있다. 미래에 현재의 제도들이 어떨 수 없이 붕괴상태에 이르게 될 때 그 위기에서 우리를 구출해줄 수 있는 모델헌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그는 권력분립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최고권력을 민주적으로 선출된 두 기관인 입법의회와 정부의회로 양분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권력분립의 또다른 방향을 지방분권에서 찾는다. 하이에크는 입법부가 본래의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자질을 가진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 동년배의 집단에서 최적임자들을 선출한 뒤, 이들이 15년 정도 의회에서 봉직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선출된 의원들이 입법의 일원으로 재직할 때 재선되고 싶은 욕심을 가지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소신을 굽히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각종 안전장치도 제시하고 있다.

결국 하이에크는 시장의 논리가 정치세계에도 적용되어야 할 당위성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권력분립의 원칙이 무너지고, 다수의 지배가 왜곡되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국면을 법치주의에 입각한 시장체제의 확립으로 극복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에 미루어 볼 때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각 부서가 자신만의 견고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에 대해 견제하려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또한 법제정권과 법집행권이 행정부쪽으로만 일방적으로 집중되어 있으며 중앙에 치우쳐 있다. 더 심각한 사실은 정부가 소수집단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그들의 이익을 충족시켜 주다보니 법의 지배가 흔들리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하이에크가 제안하고 있는 모델헌법은 병들어가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가 앞으로도 시정해야 할 부분이자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여겨진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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