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김환영 | 사계절 | 20000605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마당을 나온 암탉
어린이 동화지만, 어른이 읽어야 할 동화이다. 잃어버린 순수성을 찾아주고 매너리즘에 빠
진 나에게 채찍을 던져주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양계장에 사는 암탉, 잎싹
양계장에서 보이는 나무 한그루가 있다. 그 나무에 달린 잎사귀는 늘 변신을 한다. 처음에
는 초록색이었다가 어느 순간 노랑으로 변하여 떨어졌다가 다시 새로운 잎사귀가 나오고 꽃
이 핀다. 그 모습을 보는 암탉은 너무 부럽다. 늘 이곳에 갇혀 있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자신도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양계장에 있는 이 모습이 현재 내 모습이다. 안정적인 직업에 누구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잎싹이도 마찬가지이다. 주인이 알아서 시간 맞춰서 밥 갖다 주고 자기를 공격할
사람이 없는 그 곳이 천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잎싹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 나도 그러하다. 늘 한 곳에 안주해 있는 내 자신이 답답하고 한심하다.
양계장을 나오다.
암탉이 알을 낳지 못하면 주인 입장에서 어떠할까. 아마 더 이상 필요 없는 닭일 것이다.
결국 주인은 잎싹은 폐계로 여겨 양계장에서 꺼낸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잎싹은 자유를 얻
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하지 않았다. 마당에서는 다른 닭과 오리, 개 족제비
등이 서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투는 정글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세상이 펼쳐졌을 때의 그 암담함이란 말로 표현 못할 것이다. 나는 가
보지 않아도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내 양계장을 못나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잎싹이
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마당에서도 쫓겨나 결국 들판으로 가게 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들판으로 가다니....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대학에 있다가 막상 졸업으
로 사회에 나오지만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서로 자기의 이
익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사람들 뿐이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서 있는
기분은 어떠할까.
드디어 엄마가 되다.
사실 잎싹이에게는 소망이 하나 있었다. 알을 낳지만 병아리로 부화시키지 못하고 주인이
다 가져가 버려서 자신의 알을 부화시켜 본 적이 없다. 그 때 어미 잃은 알을 발견한다. 잎
싹이에게는 희망이 생긴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정성껏 알을
품는 그에게는 청둥오리가 있었다. 청둥오리가 잎싹이의 편이라면 족제비는 암탉을 못잡아
먹어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사악한 존재였다.
자신의 친구인 청둥오리마저 족제비의 먹이가 되고 이제 알이 부화하려는 순간이다.
이 장면에서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는지 모른다. 약육강식의 세계가 씁쓸하면서도 그 세계에
서 미약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잎싹이가 드디어 자신의 소원을 이루고 있지 않는가. 어떠한
고난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다 있나보다. 이렇게 조그만한 암탉도 끝까지 이루는 것을
보니 말이다.
사실 그 알은 닭이 아니었다. 점차 자라면서 다른 모습의 자신의 아기를 보면서 아기를 결
국 떠나보내고 그는 자신을 족제비의 새끼들에게 먹잇감으로 주고 생을 마감한다.
" 자, 나를 잡아먹어라. 그래서 네 아이들 내를 채워라"
잔인한 장면이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다고 하였지만 결혼을 안해서 그런지 나는 잎싹이가 바보같이 느껴지고 화가 났
다. 그렇게 힘들게 얻은 자유와 자신의 소원을 왜 갑자기 한 순간에 버렸는지 모르겠다. 잎
싹이가 키운 초록머리 때문이었을까?
모르겠다.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화가 나는 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