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6일 일요일

신과 다윈의 싸움. 아직도 진행중

신과 다윈의 시대 신과 다윈의 시대
EBS 다큐프라임 신과 다윈의 시대 제작팀 | 도서출판세계사 | 201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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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닐때 친구들과 모여서 가끔 종교적인 문제로 열띤 토론을 한적이 있다. 특히 진화론 수업을 듣고 나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신이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는 친구들의 말에 기독교 신자인 친구가 열렬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주장하곤 했다. 늘 이런 주제에 대한 논쟁이 그렇듯 두 가지 입장이 평행선만 달린 체 끝이 나지 않고 흐지부지 이야기가 끝난 적이 많았다. 불교신자이면서도 독실하지는 않은 나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말을 그닥 신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시험을 앞두거나 위급한 일이 있을땐 부처님부터 비롯해 하느님, 알라신까지 부탁을 하곤 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믿지는 않지만 마음을 의지하게 되는 신이라는 존재는 정말 있는 것일까? 과연 그 신이 이 지구와 인간 그리고 동물을 만든 것일까?

 

누구나 신의 존재에 대해서, 혹은 인간이 정말로 원숭이에게서 진화된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잠깐이나마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신성시되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 늘 많은 과학자들은 의문을 품어왔고 이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펼치긴 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껄끄러운 주제에 대해서는 논쟁을 피하려고 하는 특성상 별로 사람들이 입밖에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다윈이 진화론을 꺼낸 후 150년 동안 이 주제에 대해서 책이나 논평, 토론 등을 통해서 활발히 논쟁하고 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 ‘신과 다윈의 시대’는 인간의 존재 혹은 생명의 탄생에 대한 다양한 논쟁에 대해서 양쪽의 입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미 EBS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이 문제를 다뤘는데 TV는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다시 TV 방송분을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오랜만에 나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킴에 부족함이 없었다. 내가 귀가 얇아서 그런지 아님 소양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지 진화론자 말을 할때 고개가 끄덕여지다가 지적설계론자 혹은 창조론자가 반박을 할때 그들의 말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이 책을 다 읽어도 어떤 것이 옳은지 솔직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마도 이 논쟁에 대해서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이 나왔다면 이렇게 1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논쟁하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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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인간이 과연 신이 진흙을 빗듯 만든 것인가, 아니면 오른쪽 생명 트리에서 보는 것과 같이 박테리아나 원숭이에서 진화한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두 가지 가치관의 충돌이라 볼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인간이 하찮은 원숭이와 같다고 보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거부감이나 자존심 손상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신과 동급으로 삼으려고 하는데 어디서 다윈이라는 자가 나타나서 넌 박테리아 같은 작은 세포에서 우연히 진화된 것이야라고 말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있을가?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철학은 세계를 바라보는 입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인간이 세계를 다스리는 존재가 아니라 모든 생명과 동급의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생물을 보호해야한다는 환경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입장 등 신 가치관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창조론자 혹은 지적설계자들은 아주 정밀한 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계공이 필요하듯 세계가 탄생하기 위해서도 분명 시계공 같은 설계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고도의 기술이 발달된 현재에도 인간이라는걸 만들어내지 못하듯 혹은 인간 세포하나 만들지 못하듯 이 복잡한 생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신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리처드 도킨슨은 ‘눈먼 시계공’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자연이 우연한 기회로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이 ‘눈먼 시계공’이나 ‘이기적인 유전자’를 읽어봐야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신론이 또하나의 종교적인 형태를 띄는 현상, 이기적인 유전자로 인한 어머니의 본능적인 자식 사랑과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동료를 구하는 동물들의 행동 등 덫 이론을 통한 진화론의 반박 등 정말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 양쪽의 입장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생물책에 나오는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 혹은 적자생존이나 유전자 돌연변이 등을 통한 진화 등 내가 알고 있는 진화에 대한 상식을 크게 뒤집을 수 있었다. 또한 어떤 것이 과학다운지, 어떤 것이 종교다운지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큰 논쟁 거리에 있는 이 주제에 대해서 다룬 책의 무게를 알아서인지 마지막에 좋게좋게 끝내려는 모습이 보여서 조금은 허전함이 밀려왔다. 양쪽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이겠지만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부족한 지식을 채워주기에는 작은 분량의 책 한 권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이 책에서 언급한 저자들의 책을 찾아보면서 좀더 심화적인 탐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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