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9일 일요일

블로그를 통한 자식 교육법

1000일간의 블로그 1000일간의 블로그
송숙희 | 교보문고(단행본) | 201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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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들과 함께한 즐거운 글쓰기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1000일간의 블로그를 읽게 된 이유는 2가지에 있다. 첫째는 아이의 블로그 글쓰기를 대상으로 한 것이긴 하나 블로그를 쓰는데 분명 도움이 되는 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내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운영한지 1년이 다 되어가나 아직도 뭘 써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져있어서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두 번째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사촌들과 조카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로 이 책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라면 죽어라 싫어했는데 이런 나와는 달리 재미있는 글쓰기 비법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책을 읽다보면서 느낀 것인데 이 책은 학생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님을 타겟팅으로 한 자녀 교육법에 관한 책 같다. 비록 지금은 결혼을 안해서 자식은 없지만 만일 자식을 낳게 되면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 시사하는 점이 많았다. 다른 부모와는 달리 자식을 학원에 보내지 않고 같이 집에서 생활하면서 계속 아이를 관찰함으로써 나올 수 있는 내공이 아닐까 싶다. 보통 사람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서 일부로 서울로 상경을 하는데, 이 저자는 오히려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를 간다. 주변에서 다들 말렸음을 안 봐도 눈에 선한데. 중학교때부터 좋은 학원을 보내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일반 부모들의 근시안적인 사고를 과감하게 깨고 앞으로 아이가 사회에 나갈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그리고 그때 경쟁하는 사람들이 누구일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나서 결론을 내린 것이 바로 ‘블로그’를 통한 글쓰기였다.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는게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읽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두가지 능력을 통틀어서 여기서는 리터러시 ‘Literacy’라고 표현을 했다. 잘 읽고 잘 듣고 잘 이해하고 잘 쓰는 사람이 바로 앞으로 필요한 인재상이라고 생각해서 아이와 1000일 동안 블로그 쓰기로 그 리터러시를 기르는 훈련에 돌입을 했다.

 

이 책에서는 블로그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생각들을 정리를 하고, 부모와 서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사실 나의 경우에도 중학생 이후로 부모님과 나의 고민이나 생각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본 적이 별로 없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정도나 아주 단편적인 생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에서도 부모님과 진실한 얘기를 나누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들과 소통하는게 서툴건데 이러한 부모들을 위해서 어떻게 아이 (teen agers)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 그리고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지 알려준다. 부모 노릇 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 듯.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바로 말하면 어차피 잘 안 들을 테니까 자신의 의견과 비슷한 신문을 스크랩해서 그 내용을 읽고 글을 쓰게 하면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다.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에서 느낀 점을 쓰게 한다거나 만화책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적도록 하는 등 계속 글 소재거리를 제공해주는 게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이처럼 이 책은 블로그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어떻게 자식과 소통을 하고 자식 교육을 하는지 (그중에서도 리터러시 능력을 기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중학생이 쓴 블로그 내용들이나 글 수준이 나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는데 1000일간 매일같이 뭔가를 하는 사람은 절대 당해낼 수 없는 것 같다. 뭘 하든지 작심삼일 하고 마는데, 검도도 3달하고 그만두고 칼럼 배껴쓰기도 100번하고 그 이후로는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뭔가를 할때는 끝까지 해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1000일간의 블로그’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 자식을 둔 부모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임에 틀림없다. 글을 쓸때 독자는 고려하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해서 글이 전반적으로 산만하거나 전달력이 없는데, 이 책은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별로 글이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자녀에 대한 부모로써의 역할을 소개하는 부분이 많아서 조금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세상을 읽어라’와 ‘다양하게 생각해라’라는 핵심 주제에 대해서는 배울 점이 많았다. 이제 글쓰는 방법에 대해서 ‘읽었으니’ 쓰는 부분만 남았네. 나도 매일 하루에 하나라도 써나가야겠다.

 

p.s. 석사때 KT 면접을 볼때 그룹 면접으로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를 가지고 토론하는 것이 나왔다. 10명 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난상토론을 하는 것인데, 난 그때 어차피 일기장을 쓸때 학교 제출용으로 평범하게 글을 쓰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는 비밀 일기를 쓸 것이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다고 일기장 검사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 블로그 글쓰기를 보면서도 과연 아이가 부모에게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다 이야기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밝히고 싶지 않은건 비밀글로 해도 되지만, 아이들의 블로그 자체도 결국에는 일기장이 아닌가? 부모가 매일 들어와서 보고 있다는걸 알고 글을 쓴다고 하면 쉽게 마음을 열고 글을 쓰는걸까? 그런 벽을 허물기 위해서 내가 부모가 되면 어떻게 접근해야할까라는 이런저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무튼 그때 면접 당시 내가 말을 잘 못했나 보다. KT 떨어지고 아직도 학생으로 남아있는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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