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8일 목요일

우리 시대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는 통쾌한 영화

부당거래 O.S.T 부당거래 O.S.T
Original Sound Track | 파고뮤직 | 201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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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어떤 이들에겐 참으로 불편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이라는 경찰, 검사, 그리고 언론에 대한 비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이전에도 이 최고 권력 비리 소재를 가지고 한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이전 영화와 이 부당거래의 영화가 다른 점은 사회적 비리 뿐만 아니라 한 인간이 얼마나 비열할 수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점이다.

 

검사 초년생으로 자신의 실력 보다는 장인의 백으로 좋은 사건을 주로 맡고 늘 장인의 그늘 아래에 있는 검사 – 주양

 

그는 자신만의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 건설업체 회장과 부당거래를 한다. 그에게서 부를 얻는 대신 건설회사 뒤를 봐준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건설회사 김회장이 잡힐때마다 빼주는 일을 하지만 그것도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그들간의 부정한 거래가 덜미가 잡히고 만다.

 

광역수사대 반장으로 빼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경찰대 빽이 없는 관계로 늘 승진에서 물 먹고 동시에 자신의 부하들까지 같이 물을 먹는 형사 – 최철기

 

능력만 자기고도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게 바로 사회, 직장이겠지. 여기 경찰 내에서도 그것이 강력하게 존재한다. 경찰대 인맥으로 똘똘 뭉친 조직 내에서 그 틈에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올라가지 못한 최반장. 그의 부하들도 자신과 비슷한 줄을 타고 있어서 고생하는건 마찬가지. 결국 부하 직원들 중 몇명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고 조폭, 건설 회장과 부당한 거래를 통해서 돈을 받고 그 뒤를 봐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런 비리들이 감시반에 적발되어서 경찰직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하고, 승진을 조건으로 상부에게 부당한 거래를 제의받게 되는데. 그 제의는 바로, 이전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듯 연쇄 범죄자를 잡지 못하자 비슷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

 

조폭 바닥에서 이제는 중견 조폭 세계의 두목이 되었으나 주류 조폭에서는 여전히 비주류인. - 장석구

 

이제는 정말 떵떵거리면서 살 정도로 조폭 밑바닥에서 건설회사 사장까지 되었으니 성공했다고 봐도 될 듯 한데, 실상은 이쪽 건설에서도 비주류 인생을 살아가는 장석구. 건물 입찰에서 김회장이 복귀하자 장석구에게 투자 약속을 했던 사람들이 다 김회장에게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듯 사업쪽에서는 비주류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지지기반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하자 형사와 부당한 거래를 하게 된다. 형사가 원하는 살인자 배우를 만들어주는 대신 건물 입찰 및 향후 건설에 관한 모든 일처리의 뒤를 봐달라고 한다.

 

약육강식의 사람들. - 강한 사람에겐 강하고 약한 사람에겐 한없이 약한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다.

 

권력이라는건 그 사람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 되기도 한다.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권력을 지닌 사람들에겐 그게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여기 영화에서는 모든 배우들 간의 힘의 관계에 따라서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여과없이 보여준다.

 

주양 검사와 건설회사 김회장. 그 둘 사이의 관계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 돈과 권력 중 어느 것이 더 힘이 셀까? 여기에선 아무래도 권력이 좀더 힘이 센 듯. 하지만 돈이 있음 더 큰 권력에도 붙을 수 있는 법. 그래서 권력이 무한정 힘을 발휘할 수는 없이 서로 상대방에게 조금씩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만다.

 

검사와 기자. 그 둘 관계도 참으로 미묘하다. 검사의 무한한 권력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게 바로 펜의 힘이니까. 비리 하나 터뜨리면 하늘을 나는 검사도 바로 추방시킬 수 있으나 검사에게서 받는 소스에 의지하는 기자는 무한정 그 펜을 휘두를수만은 없다. 특종을 찾기 위해선 그 내부 정보 제공자가 필요하니까. 그들도 필요에 따라선 서로 공생하기도 한다. 이것도 또한 부당거래로 어떻게 두 권력이 유지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경찰과 검사. 참으로 두 권력은 서로에게 껄끄러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큰 그림이 아닌 주인공 두 사람만을 본다면 두 사람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태하는 행동이 너무나도 달랐다. 서로 펀치를 한번씩 주고 받으면서 맛보기를 봤다고나 할까? 건설사건을 계기로 한번 맞부딪힌 그들은 여자 어린이 살인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부딪친다. 여자 유괴범을 잡고 검사를 무시하며 승승장구 하던 최반장에게 주양 검사는 그의 모든 주변 비리를 다 캠으로써 그에게 큰 펀치를 날린다. 결국 자신의 치부까지 다 드려내면서 백기를 드는 최철기를 보면서 미소를 짓는 주양 검사. 검사를 ‘염감’이라고 부르다가 ‘주검사님’으로 부르면서 깍듯이 모시는 최반장의 모습을 보면서 권력에 따라서 자신의 지조나 신념까지 버리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기까지 했다.

 

마지막의 반전

최철기 반장은 마지막까지 선과 악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권력을 위해 악을 택하면서도 가족, 그리고 동료를 위해 선을 택하는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우리는 사건이 일어날때 그때에만 관심이 있지 그 다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유괴 사건이 일어났을때 현장 사건을 TV로 보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흥분하는 사람들도 그가 체포되고 그 이후에 어떤 재판을 받고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 없다.

대기업 비리가 일어났을때나 정치인들의 비리로 들어갔을때도 그때만 반짝이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바로 보석이나 특사로 다 풀리고 만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때 바로 전쟁이나 일어날것처럼 떠들다가도 관련 책임지는 사람 아무도 없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검사의 비리가 온 천하에 폭로되더라도 검사 내부 탄탄한 조직 세계에서 그는 여전히 보호받고 사람들의 관심이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이를 위해 필요한건 또다른 관심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그들은 잘 안다. 그래서 마약 사건이란 큰 대어를 언론에 뿌리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를 한다.

 

사건이 터지면 곧이어 또 다른 큰 사건이 터지는건 우리들이 사건 자체에만 관심이 있지 그 결말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유괴 사건 배우라는 대국민 이벤트가 가능한 것도 바로 이런 국민들의 취향 때문이겠지.

 

사람, 권력기관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부당거래를 낱낱이 밝히는 이 영화가 불편한 건 틀림없으나 그와 동시에 통쾌하기까지 하다. 비리로 얼룩진 조직, 그리고 시스템, 사회를 바꿀 수 없기에 그런 시스템에 큰 돈을 던져 반향을 일으키는 감독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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